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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경 개인전-치효치효 鴟鴞鴟鴞: Polite Owl-in the valley]
2013.06.05~07.05 갤러리 팩토리

 
 
강서경은 주먹만한 크기의 부엉이 조각을 런던의 작은 벼룩시장에서 50펜스를 주고 샀다. 초현실주의자였던 브르통과 자코메티가 파리 생투앙(Saint-Ouen) 벼룩시장에서 구입했던 스푼과 마스크처럼, 이 ‘뜻밖의 만남’은 의심할여지 없이 그것을 ‘발견된 오브제’로 정의한다. 강서경은 습관적으로 수집해 온 발견된 오브제들을 다듬고, 감싸고, 쌓아올리거나 때론 해체하면서 그 본래의 형태를 위장시킨다. 탑처럼 쌓아올린 이 발견된 오브제들은 특정 공간에 존재하는 인물들을 대체하기도 하고, 한 폭의 그림을 긴밀하게 구성하고 있는 의미 있는 도상으로 전환되기도 한다. 이번 전시 《치효치효 鴟鴞鴟鴞: Polite Owl-in the valley》는 갤러리 공간 전체를 2차원적 회화의 표면으로 재구성하여, 공간에 대한 현상학적 인식 보다는 공간을 구성하고 있는 발견된 오브제들 간의 (비)상관성에 주목한다.
 
[부엉아, 부엉아,]
전시제목 “치효치효(鴟鴞鴟鴞)”는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집으로 전해오는 『시경(詩經)』 중주공(周公)의 시<치효(鴟鴞)>에서 빌어 왔다. “부엉아, 부엉아”로 시작되는 이 시는 중국 주(周)나라를 배경으로 삼는다. 강서경은 이 고서(古書)에 기반해 벼룩시장에서 발견한 부엉이 조각을 시에 등장하는 상징적인 부엉이로 대치시킨다. 부엉이는 보통 ‘지혜의 새’로 묘사되곤 하지만, 중국 고전에서는 간악한 사람을 빗대거나 어미의 몸을 쪼아 먹는 불효의 새로 그려진다. 주공의 시에서도 부엉이는, 당시 나이 어린 주나라 성왕(成王)의 숙부 주공이 자신과 성왕 사이를 이간질하여 반란을 일으킨 그의 형제들-관숙(管叔), 채숙(蔡叔)-을 책망하기 위한 상징적 소재로 사용됐다. 중국에서는 예부터 부엉이가 다른 새의 새끼를 잡아먹는다 하여 사악한 새로 여겼다. 주공은 나라의 기반을 어지럽히는 관료들의 간사함과 불의함에서 오는 위협을 부엉이에게 제 새끼와 둥지를 잃은 어미 새의 불안과 연결시켰다.
 
강서경은 벼룩시장에 처량 맞게 내몰린 부엉이 오브제를 발견한 그 순간, 이 수수께끼 같은 역사와 상징의 시나리오를 재구성한다. 『시경』에서 발췌한 철저히 시각적이고 묘사적인 텍스트는 이 ‘발견된 오브제’를 매개로 작가의 텍스트적 설치공간과 단숨에 뒤섞인다. 그리고 더는 원래 형태와 의미로 말끔하게 분리되지 못한다. 예컨대 전시 공간 한 쪽 벽으로 세 개의 거울이 나란히 걸려있다. 거울 표면에는 주공의 시 <치효>를 해석과 덧붙여 프린트했다.그 시의 상징적 언어와 행간의 의미를 사유할 때쯤, 관람자는 실제 설치 공간에 쌓아올린 위태로운 오브제 탑과 형태들이 하나의 풍경처럼 거울 표면에 반사되는 복잡한 장면을 목격한다. 이로써 공간을 구축하고 있고 있는 형태들은 회화적 틀 안에서 재구성된다.
 
공간에 펼쳐진 글(書)과 그림(畵)같은 형태들의 결합은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기암절벽같이 솟아있는 오브제 탑, 가파른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올라가 있는 부엉이 형태의 조각들, 근경의 산수(山水)를 연출하고 있는 파헤친 바닥면과 절단된 수석, 대기의 여운을 거친 필묵(筆墨)으로 대담하게 그린 듯한 추상회화 한 점…. 나머지 채워지지 않은 빈 공간마저 이 산수도(山水圖)의 충만한 여백이 된다.
 
[내 집 허물지 말라]
공간의 가장 핵심적인 위치에 오브제를 쌓아올리기 위해 작가는 바닥을 파냈다. 마치 집을 짓듯 땅을 다지고, 기둥을 세우고, 돌을 올리고 해서 발견된 오브제들을 쌓는다. 마침내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는 완벽한 형태가 완성됐다. 형태가 한 쪽으로 기운 듯하지만, 이 위태로움은 역설적이게도 완벽한 균형으로 유지된다. 작품을 설치하는 동안 강서경은 발견된 오브제들을 하나씩 가져와 얹으면서 그 무게중심을 수시로 바꾼다. 언뜻 강박적(compulsive)이라 할 만큼 집요하게 쌓아올린 이 충동적인 오브제들은 완벽한 수직적 균형과 파괴적 위태로움을 동시에 분출해내는 발작적(convulsive) 표상으로 인식된다.
 
무엇보다 작가의 작업에 자주 등장하는 지네발 형태의 바퀴 달린 다리는 일제히 같은 방향을 향해 정돈되어 있는데, 이는 곧 있을 파괴적인 해체를 직면한 “순간의 완전한 정지”를 암시한다. 이러한 이중적 심리에 대한 시각적 표상은 다시 한 번 작가가 참조했던 주나라의 시를 환기시킨다. 남의 새끼를 잡아먹는 사악한 부엉이의 위협에 뽕나무 뿌리를 벗겨 창과 문을 얽는 어미 새처럼 작가는 발견된 오브제들을 쌓고 묶어서 위장하려 한다. 하지만 전시가 시작되면서부터 작가가 하루하루 갖다 놓을 수십 개의 복제된 부엉이 조각들로 이 집은 곧 해체 운명을 예고한다. 부엉이는 이 위태로운 적막함을 단번에 깰 수 있는 전복적인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쌓고 또 묶느라고]
강서경의 공간설치작업은 작가가 우연히 발견해낸 버려진 물건들에서 출발한다. 볼품없이 버려진 수석, 건축마감재 자투리, 잘려나간 헝겊 조각, 빛바랜 털실, 쓸모없는 기계 부속, 쓰고 남은 금속 조각 등 의미가 지워진 사물들을 직관적으로 수집한다. 이번 전시는 한 폭의 한지를 펼치듯 텅 빈 공간을 마름질하여 상징적인 오브제들로 서사적 공간을 재구성했다. 실로 감싸고 묶고 쌓아올리는 일련의 의례적 행위를 통해 이 무명의 오브제들은 시각적 회화적 의미를 지니게 될 뿐 아니라 일상의 삶을 기념한다.
 
병풍처럼 펼쳐진 기명절지화(器皿折枝畵)를 보듯 전시 공간 뒤쪽 별도의 장소는 바로 그 무명의 일상적 공간을 기념한다. 동양화를 전공한 강서경의 탁월한 공간 설치 능력은 회화에 기반하고 있지만, 그가 이름붙인 페인톨레이션(paintallation)은 회화와 설치의 문자적 결합을 넘어선 효과를 보여준다. 실을 감는 듯한 행위를 반복적으로 기록한 추상화를 배경으로 발견된 오브제들이 정물처럼 배치됐다. 관람자의 시선은 그 전체를 지각할 수 있는 어디쯤에 위치한다. 이때 실오라기, 금속 파편 하나, 아무렇게나 올려놓은 부엉이 조각일지라도 그것 때문에 이 공간 구성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해진다. 마지막 점을 찍듯 공간에 배치된 일상의 오브제들은 회화적 공간을 잇는 팽팽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벼룩시장의 부엉이 조각이라는 ‘발견된 오브제’와의 뜻밖의 만남에서 출발한 강서경의 작업은, 부엉이에 대한 상징적 의미와 해석의 모호함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작가는 발견된 오브제에 대한 시각적 표상이 지닌 태생적 위태로움을 완벽한 회화적 공간에 끌어들여 그 이중적 심리를 극대화했다. 발견된 오브제들은 의미 있는 텍스트 공간 속에서 끊임없이 구축되고 해체하기를 반복하면서 쌓아올린 탑만큼이나 위태로운 정체성을 확인한다. 하여 감고 쌓아올린 이 회화적 풍경의 고요함을 일제히 깨뜨릴 부엉이의 침묵은 그 위태함을 알리는 표상 그 자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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